이번의 영화판 [배트맨:다크 나이트]에 등장하는 조커의 모토는 [웃지 않는 조커]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나서 한번 슬쩍. 그다지 웃는 것 같지 않게 그려져 큰일입니다. 코믹이나 애니메이션의 조커는 매우 유쾌하게 미쳐있는 인물이라 사람 머리를 날려버릴 때도 총이 아니라 폭탄 담배를 사용해 주는 식의 센스있는 악당이었습니다만, 이번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[카니발의 어두운 면]이랄까 하는 이미지의 매우 꿀꿀하고 만신창이인 모습으로 나올 듯 하군요. '누구나 조커가 웃는 모습을 보지만, 조커가 우는 모습은 할리 퀸 말고는 본 사람이 없다'더니만 어째 예고영상에서는 시종일관 우는 얼굴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. -해서 생각난 김에 할리퀸도 슬쩍. 사실 조커보다도 더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닐까 하는 캐릭터니까, 오히려 제정신인 건 같은 얼굴로 그려야지요. 뭐 평범한 가정적인 생각도 하는 캐릭터라고는 합니다, 이렇게...아 역시 멋지게 미쳐있군요. 그래서 방금 누군가의 머리통 하나쯤 뜯어내고 온 얼굴로 약간 어레인지...하려다 실패, 그냥 관뒀습니다.
마치 (영화에서의)로댕과 까미유 끌로델, 혹은 쳐키와 티파니(아니 이쪽이 배트맨 쪽을 의식한건가?) 의 관계를 모티브로 한 듯 조커와 굵게 엮여서 등장하는 할리 퀸입니다만, 당초의 등장 이유는 사실 [케이크에서 튀어나와서 은행강도를 저지르는 장면에 조커를 직접 넣기는 좀 이상해서]였다고 합니다. 어쨌든 이 둘의 관계는 설명하기가 꽤 복잡한데, 이것은 딱히 이들이 양쪽 다 미치광이라서가 아니라 아마 실제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의 틀어짐이나 부조리함은 당연히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.
그러고보니 이번의 다크 나이트에서도 하비 덴트 검사가 나오더군요. 투 페이스도 되려나 해서 슬쩍: 팀 버튼의 첫 번째 영화판 배트맨에서도 조커 탄생사건의 발단에 신임 지방검사가 등장합니다. 범죄조직 말살을 선언하는 강직한 지방검사의 이름은 하비 덴트.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하비 덴트가 후일의 투페이스입니다. 고담시 경찰본부장(당시는 경감)인 고든과도 친분이 있었고, 배트맨의 활동을 은근히 지지해주는 등 브루스 웨인과도 나름 가까운 사이었던 하비였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기억으로 인해 정신에 불안정한 요소가 있었고(The long halloween에서), 결국은 법정에서 마피아 보스가 던진 유산을 뒤집어 쓴 쇼크로 인격이 급변. 자신이 전력을 바쳐온 법정도, 정의를 수호할 터인 배트맨(영화에서는 그 법정에 있었던가요?)도 자신을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- 흉칙하게 녹아내린 왼쪽 얼굴과 왼손이 명하는 대로, 그는 양면성 혹은 양극단의 이미지에 속박된 정신나간 악당 투페이스로 변하게 됩니다. 정신병리학적으로 봐도 아주 이상적인 정신병리 상태이지요. 영화 [배트맨 포에버]에서는 상처가 있는 면이 나올 때까지 코인토스를 반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만, 이것은 영화판에서만의 성격. 원작 코믹이나 애니메이션 등에서는 한 번 코인으로 결정해버리면 일의 중요성이나 진행도 따위는 아무 상관없이 코인토스로 결정한 일 쪽으로 밀어붙인다고 합니다. 어쨌든, 성형수술로 얼굴을 복원해 놓아도 여차저차해서 결국은 자기 얼굴을 자기가 뭉개버리곤 하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의 사람이니까요. 조커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코인의 양면에 상처를 새기겠지만. ...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, [배트맨]에는 물론 제정신인 악당도 많이 나옵니다.
원작과 성격이 다른 캐릭터라면 [배트맨&로빈]의 미스터 프리즈도 만만치 않다더군요. 이 아저씨는 안 그래도 좀 음험한 편인 배트맨 세계에서도 가장 꿀꿀한 캐릭터 축에 속하기도 한다는데- 검은색 칠 하는 연습 삼아서 미스터 프리즈도 그려봐야겠군요. 하는 김에 포이즌 아이비도 세트로.
※ 저 투페이스의 그림은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 투페이스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그려놓...는다고 그려봤는데, 도저히 그 슈퍼맨 스마일을 재현할 수가 없더군요. 버터가 듬뿍 함유된 서양풍의 씨익은 좀더 연습을 해야 그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쿨럭.